과학전문기자인 저자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세이.
줄거리
이 책의 저자인 룰루 밀러는 분류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초대 학장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을 우연히 접하며 그의 삶을 파헤쳐보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렸을 때부터 수집과 분류하는 것을 즐겨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당대 유명한 박물학자였던 루이 아가시가 함께 섬으로 떠나서 본질을 탐구할 학생들을 모집했고 조던은 지원하게 된다. 그곳에서 생물들을 분류하면서 탐구해나가면 신의 창조적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아가시의 말에 매료되어 조던은 물고기들을 분류할 목표를 세우게 된다.
데이브드는 전세계의 물고기들을 발견하여 이름짓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행동으로 실천한 결과 인류에게 알려진 5분의 1이 모두 조던과 동료들이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데이비드는 스탠퍼드 부부에게 부부가 지은 학교의 초대 학장이 되길 부탁받고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학장이 된다. 데이비드는 30년간 자신이 분류한 물고기 표본들은 유리병에 이름표와 함께 넣고 스탠퍼드 자신의 연구실에 보관해둔다.
이때 기자인 룰루 밀러가 데이비드를 파헤치게된 사건이 발생한다. 1906년에 미국에 대지진이 발생하여 조던이 30년동안 발견한 물고기 표본들이 모두 산산조각나게 된다. 데이비드는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않았다. 바닥에는 물을 뿌리며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물고기는 바늘로 이름표를 꿰메 붙이기 시작했다. 데이비드가 무의미한 행동처럼 보이는 이 행동을 어떻게 절망적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는지를 기자인 룰루 밀러는 계속해서 알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해 알아갈수록 점점 기대하던 생각과는 멀어지게 된다. 어느날에는 데이비드를 학장에서 해고할 거라는 제인 스탠퍼드가 독살로 죽게 되는데 그때 그 독성은 데이비드가 물고기를 잡을때 사용하는 스트리크닌이였다.
또한 데이비드는 은퇴를 하고 미국에 우생학을 보급하는데 주도적이었다. 우생학이란 인간의 유전형질 가운데 우수한 것을 선별, 개량하여 우월한 인간을 만든다는 학문이다. 데이비드와 같은 우생학자들은 당시 미국에서 불임수술을 강제적으로 진행했고, 사람들을 감금 시키기도하며 어떤 사람이 작은 실수만 하더라도 ‘부적합’이라고 판단하여 불임 수술을 진행한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서 해답을 알아내고자 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 즈음에서 저자는 ‘어류’라는 분류에 대해서 얘기한다. 캐럴 계숙 윤의 책인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인용하며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분기학자들에 따르면, 어떤 물고기들은 포유류와 더 가깝기도 하고 페어와 실러캔스 같이 허파와 심장 구조를 지닌 물고기는 사람과도 유사하다. 상어 같은 연골어류는 진화상으로 비늘이 있는 송어와 장어보다 인간과 더 멀다. 또 데이비드가 가장 퇴화되고 경계하던 멍게의 경우에는 척삭을(척추의 기초) 먼저 갖춘 선구적인 생물이었다. 이처럼 ‘어류’라는 범주는 이 생물들의 모든 차이를 가리고 있던 것이다.
만약 분기적으로 인간과 가까운 페어와 실러캔스를 어류라고 분류하기 위해서는 공통 조상을 지닌 모든 후손이 함께 어류라는 집단에 포함되야할 것이다. 또한 개구리도 어류일 것이며, 하늘을 나는 새도 어류이다. 이처럼 데이비드가 한 평생을 바쳤던 범주인 ’어류‘는 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 이 책이 출간되고 여섯 달 뒤, 스탠퍼드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었다.
생각
책은 ‘무엇이든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가 믿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것이다. 틀을 깨고 나와서 새로운 관점이나 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의심해야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학장이 실은 히틀러와 사상이 같은 우생학자였다는 사실은 책을 읽으면서 놀랐다. 이 책을 예전에 과선배에게 추천받고 1년이 지나서야 읽게 됐지만 지금보다 좀 더 나중에 읽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대학원 다니면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 들었을거라 추측해본다.